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존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넘어서는 국가수사구조 개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 장관은 양극화 해소와 치유적 교정행정 등을 담은 각종 개혁안을 의욕적으로 풀어놓으면서 5.31 지방선거 엄정단속 방안과 화이트칼라 범죄 제재 방안 등도 제시했다.

다음은 천 장관과 일문일답.

-- 작년 6월 취임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대국민 법률서비스 고양, 국민참여 확대 등을 공언한 뒤 후속조치들을 통해 성과를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장관이 5.31 지방선거에서 공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복안이 있나.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의원이 유급화되고 기초의원의 경우에도 정당추천제가 도입되는데다 각 정당에서 경선을 실시하는 등 선거조건의 변화 때문에 상당한 조기과열이 우려된다.
법무부와 검찰은 당내경선 및 정당추천 관련 불법행위, 금전선거사범, 불법흑색선전 사범, 공무원의 선거관여 등을 4대 선거사범으로 정하고 여야(與野)나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단속하겠다.

-- '선거사범 엄단 방침'은 선거 때마다 나왔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검찰은 이번에 부정선거 신고자에게 최고 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경찰이 선거사범을 적발한 경찰관에게 무한 특진기회를 주는 것처럼 검찰도 선거사범 단속에 유능한 실적을 발휘하면 인사상 우대할 방침이다.
과거 법사위 위원일 때 국정감사에서 "선거사범 단속을 간첩 잡듯이 해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수사기관이 의지를 갖고 잠복근무라도 한다면 실적도 내고 불법선거를 뿌리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정당 후보로 선출되면 50%는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역도 많기 때문에 정당 내부 경선의 불법행위도 엄단할 생각이다.

-- 작년 강정구 교수 사건 때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이 퇴진했고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공안검사들이 홀대받았다는 시각이 있는데 장관의 견해는.

▲공안부서를 홀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공안부가 문제가 많았고 학원문제 노동문제 등 공안수요도 많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공안부의 기능과 업무영역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본래적 의미의 공안, 즉 공공안녕과 질서의 유지 기능은 강화돼야 하지만 언제나 법치주의ㆍ인권옹호ㆍ적법절차 준수와 함께 가야 한다.
인사에서는 공안이든 아니든 검사 개인의 능력과 자세를 평가하고 검찰 내외 신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검찰총장과 충분히 협의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여담이지만 검사장 인사 뒤 "차라리 전문화돼있다면 (승진인사에) 형사부ㆍ공안부ㆍ특수부 할당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 그런데 공안검사인 서울지검 황교안 2차장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지 않았느냐.

▲연수원 13기 37명은 누구든 검사장을 시켜도 될 만큼 다들 유능한 사람이다. 20여년 검사로 일하면서 검찰 내외의 신망을 얻은 사람들 중 검사장 승진 대상 8명을 어떻게 선발하느냐는 문제인데 쉽지 않았다.
인사가 워낙 민감하고 추측도 많고 본인의 이해나 명예와도 관련돼있어서 탈락이유를 말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적절치도 않다.

-- 검찰 인사에서 '쌍방향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업들은 본인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고 소명할 기회를 준다. 인사란 일방적이어서 억울한 정보가 입력되면 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자료는 함부로 공개해선 안 되지만 본인에게는 자료를 열람하고 해명할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인사업무 객관화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 대검이 현재 마련중인 구속영장 청구기준과 관련한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민의 의식에는 구속을 징벌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절 형사적 관행이 정립됐기 때문이다.
구속기준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질화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이념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

-- 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 문제는 법무부장관에게 일임했고 신년회견 때도 아직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가.

▲정부가 늦어도 3월까지 조정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의견을 제시해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문제는 검ㆍ경간 권한 분배 차원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인권옹호에 충실한 체제가 될지 고민하며 접근해야 한다.
경찰이 주로 민생치안과 관련해서 수사의 독자성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하겠지만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확보하고 국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관여와 지휘는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수준을 넘어 국가수사구조 개혁, 즉 가장 효율적인 국가 수사시스템에 대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검ㆍ경 수사권 조정문제를 놓고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3월까지는 당면한 수사권 조정 문제를 끝내고 이후 좀 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국가 수사구조개혁 문제 논의가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은 검찰의 '초과권력'을 이야기했는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장관의 입장은 그와 다소 모순되는 게 아닌가.

▲수사권 조정 문제는 기관간 권한분배가 아니라는 말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도 경찰도 막강한 권력기관이고 양 기관 모두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럼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는 상당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뜻은 제가 알기로는 검찰의 초과권력을 떼서 경찰에 넘긴다거나 경찰의 권력을 검찰에 주는 차원이 아니다.

-- 두산그룹 사건 등에서 검찰과 법원이 재벌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있다. 장관께서는 평소 불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했는데 향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을 갖고 있나.

▲우선, 수사단계의 구속과 형사처벌을 명확히 분리하는 원칙이 정착됐으면 좋겠다.
우리사회에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측면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인식이 팽배해있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재산권을 존중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창달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좀 더 분명히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산권 침해 범죄란 절도, 횡령, 배임 등이 대표적인데 사실 절도는 10만원짜리 두 번만 해도 실형 받는 게 현실인데 그에 비해 100억대, 1천억대 횡령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된다.
이와 관련해 사개추위에서 제가 양형기준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고 국민적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 판결이 나오도록 제도개선을 추진중이다.

--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같은 사례들을 막기 위한 방안이 있나.
▲기업의 편법증여나 상속을 막는 직접적인 분야는 공정거래법, 증권거래법, 세법 등이다.
수년전 상속세법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제도가 개선됐고 상법에서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부 상법개정위에서 개정작업을 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도와 전자주주총회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월에 주총이 한꺼번에 열리면 여러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하기 어려운데 이런 제도가 있으면 소수주주 참여가 확대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본다.

-- 장관께서 여러 계획을 세워도 다시 국회로 돌아가면 일관된 업무추진이 어렵지 않겠나.
▲대법원장은 6년 임기 동안 법원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체계적으로 계획을 실행하지만 솔직히 법무부장관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장관이 바뀌더라도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일할 수 있게 작년부터 열심히 법무부의 중장기 변화 전략계획을 준비해왔다.   사실 제 뜻만으로 한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장관하고 싶다.(웃음)

-- 검찰 인사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반영됐겠는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데.

▲인사에 관해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지방에 사는 분이 "우리 지역 지청장은 항상 연소한 사람인데 보다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내달라"는 식의 의견이다.
법무부가 빠뜨리기 쉬운 부분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인데 이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제공될 수도 있지만 그런 정보도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검증하고 판단해서 활용한다.
앞으로는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검사의 사건 처리 관련 자료가 좀 더 정밀하게 축적될 수 있도록 연구해야겠다.

-- 검찰 주요 보직을 외부에 개방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법무부 법무실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외부에 개방할 계획이다. 형사소추를 하던 검사가 법무부 법무실에 와서 국가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법무실 주요보직이 전문성을 갖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외부 법률 전문가들로 충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