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사개추위는 논쟁의 당사자가 아닌 논쟁을 수용하는 기구인 만큼 독단적 결정은 없었다고 자신한다"며 "사개추위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도구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개추위 출범 6개월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법원, 검찰, 군, 교육계 등 힘있는 부처의 의견을 조율하느라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면서 "향후 과제도 많이 남아있는 만큼 사개추위 참여자는 물론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개월을 보낸 소감은.

▲많은 안건을 처리했지만 개혁의 대상이 법원, 검찰, 군, 교육계 등 힘있는 곳이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고 반작용이나 저항도 있었다. 개혁 마인드를 잃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 것은 매우 소중한 체험이자 보람이었다.    앞으로 처리할 안건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국민주권주의를 사법 영역에도 실현하기 위해 사개추위와 행정부처, 각 직역은 물론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중요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 검찰과 갈등이 있었다.

▲조서를 독자적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에서 실무상 어려움을 호소해 두 기관의 입장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절충안으로 정리됐다. 이번 합의안은 완성된 안이 아니라 과도기적 형태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마당에 논의과정의 마찰을 재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부처나 직역의 문제제기도 많았다.

▲사개추위는 논쟁의 당사자가 돼선 안된다. 많은 논쟁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개추위를 비판하는 의견이 나와도 일절 대응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당사자가 되면 사법개혁을 추진한다는 본질이 흔들릴 수 있어서 그냥 참았다.

-사개추위가 참여정부의 도구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길게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굳이 말한다면 국민의 도구다.

-사개추위가 조급하게 안건을 처리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개추위 안건은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던 것들이다. 사개추위 전신인 사법개혁위원회까지 따진다면 2년여간 논의가 진행됐으므로 조급하다고 볼 순 없다. 과거 사법개혁 논의가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으면서도 법률화에는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

-로스쿨 정원제한은 법조인의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적정 법조인수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이 문제는 사개추위 손을 떠났다.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부 장관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사항이다. 다만 로스쿨 정원 상한을 150명으로 정한 것은 특정 로스쿨로의 편중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군사법개혁 방안이 미흡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방안이 확정된 이후 개혁이 지나쳤다는 비판과 미흡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군 지휘관의 지휘권을 존중하면서도 지휘권이 공개된 방식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애초 안건에 포함됐던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미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시행되고 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이룰 다른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고 본다.

-9월에 선임될 신임 대법원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떤 자리든 최적임자는 드물다. 한 사람이 모든 덕목을 갖추려면 힘들다. 저는 개인적으로 '맞춤복'이 아닌 '기성복주의'다. 어떤 덕목을 전제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힘들다. 기성복 중에 취향과 체격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상대적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