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본인은 양돈업자로부터 양돈업자가 키우고 있는 돼지 10,000마리를 양도받고, 돈을 빌려 주었습니다. 다만 돼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는 형태는 그 양돈업자가 계속하여 그 돼지들을 사육하되, 본인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돼지를 본인에게 인도하여 주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위 양돈업자가 본인에게 돼지를 담보제공한 후 또 다시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본인과 똑 같은 방법으로 돼지를 담보 잡히고, 돈을 빌리면서, 여전히 자신이 돼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 후 본인이 돼지를 인도하여 달라고 하자, 나중에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가 이를 방해하며 자신이 돼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돼지를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며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본인은 돼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없겠는지요?

[답]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양돈업자)가 그 소유의 동산(돼지)을 채권자(귀하)에게 양도하되 점유개정(여전히 양돈업자가 돼지를 키우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 법률용어)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를 계속 점유하기로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의연히 소유권을 보유하나 대외적인 관계에 있어서 채무자는 동산의 소유권을 이미 채권자에게 양도한 무권리자가 되는 것이어서 다시 다른 채권자(나중의 사채업자)와의 사이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나중에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돼지를 인도해 주는 경우에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만, 위 사례와 같은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뒤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귀하는 유효한 선순위권자로서 위 동산(돼지)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였다 할 것이므로 인도청구권이 인정됩니다. 만일 계속하여 인도를 거부하면, 위 돼지에 대한 인도금지가처분(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못하도록 보존하는 것을 말함)신청을 법원에 한 다음, 인도 청구를 하시면 승소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과 변호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