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20대 한국인 여대생이 괴한들에게 납치된 후 한 달여 만에 피살된 채 발견됐다.
필리핀 수도인 마닐라에서 우리 유학생이 납치돼 피살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지난달 3일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서 20대 중반의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필리핀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최선을 다해 석방 노력을 했으나 어젯밤 납치범 은거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숨진 유학생의 남동생이 확인한 결과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복장은 피랍자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필리핀 경찰은 DNA 및 치과진료 기록 확인을 위한 협조를 우리 측에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마닐라 소재 대학에서 유학 중인 A씨는 지난달 3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랍됐다.

검거된 납치범은 “금품을 털 생각이었는데 외국인이어서 인질로 잡으면 몸값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납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 당국은 택시 기사도 납치범의 일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랍 사실은 A씨와 만나기로 한 친구가 같은 날 저녁 9시께 납치범으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확인됐다.

A씨 친구로부터 피랍 사실을 전해들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담당영사는 필리핀 경찰에 신고했다.

납치범들은 A씨 납치 직후인 지난달 5일까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10여차례 걸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A씨와 우리 측과의 통화도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A씨와의 직접 통화가 이뤄진 지난달 5일 저녁에는 A씨가 피랍 당시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가 발견됐다. 택시에서는 납치범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시신이 발견됐다. 납치범 중 한 명은 지난달 10일 이후 다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측에 연락을 취해왔다. 하지만 A씨의 안전 확인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는 계속 불응했다.

필리핀 경찰은 납치범과의 접촉 시도 끝에 8일 저녁 납치범을 검거했으며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인 북쪽 은거지에서 A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당국자는 “납치범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서 한 명이 피살되는 과정에서 피랍자도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리핀 유학생 사회에 안전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필리핀에는 교민을 포함해 8만명 정도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유학생이 3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는 2009년 이후 40건의 한국인 피살 사건이 발생했으며 올 들어서만 한국인 4명이 피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