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짝~ 박수소리가 들리고. 와아~!!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방송이 시작된다. 일주일간의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 쉬던 고시생은 마침 맛있는 저녁식사를 시작하던 중이다. 호기심 어린 가족들의 눈망울은 일제히 고시생을 향하고...

“그러니까, 지금 명예훼손 사안인데 소송을 걸면 이길지 질지를 나더러 맞추라는 거야? 나 참~ 똑똑하고 성실한 변호사 쓰면 이길 거고 게으르고 멍청한 변호사 쓰면 지겠지. 변론주의 몰라? 변론주의?” 10월 현재 모강 듣는 1차생한테 뭐 그리 큰 걸 바라시는가! ㅠㅠ 그러나 이런 식의 답변을 아버지에게 해드렸다가는 당장에 보조금 끊기고 너 같은 놈은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그 자리에서 먹던 숟가락까지 빼앗길 터.

“아, 그러니까... 이런 경우는... 스읍~ 신의칙상 원고가 합의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긴 한데... ” 더듬더듬, 우물쭈물... 아씨~ 어째서 수업시간에 들은 멋진 원칙들과 근사한 논거들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거지? 결국 고시생은, 짧고도 굵어서 멋있지만 위험부담이 큰 선택을 한다. “아, 저 케이스? 무죄! 흠흠...” “아, 그러냐?” 하시며 대견스럽다는 눈빛으로 고시생을 바라보시는 아버지, 그 옆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는 어머니와 “우와~ 형 디게 똑똑하다아!” 놀라마지 않는 아우들... 가정의 화목은 무르익어가고 어머니께서는 고기 접시를 고시생 앞으로 옮겨 놓으며 모자간의 뜨거운 사랑이 확인되려 하는 순간!

“네,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모두 ‘죄가 된다’를 택하셨군요!”하는 진행자의 격앙된 목소리!! 허걱~ 식탁주변으로는 싸늘한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고시생은 먹어도 먹는 것이 아니고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공포의 순간 한 가운데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제발 변호사 중에는 한 명이라도 무죄가 있어라! 있어라!”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향해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파성이 없어서 안돼. 전파성이~”하고 언젠가 수업시간에 주워들은 전문용어 한 방을 날려준다. --;;

다행히 정답은 무죄! 변호사의 설명 중에 고시생이 일갈한 ‘전파성’이란 용어까지 나오자 멀어져가던 고기반찬은 고시생의 앞으로 되돌아오고... 식사시간의 지나친 긴장감에 위산이 많이 분비되셨는지 아버지께서는 배를 쓰다듬으시며 언제나 즐겨 보시는 동물의 세계로 채널을 돌리신다. 가정의 저녁식사 시간은 평온을 되찾았지만 고시생은 불고기를 먹으면서 얼룩말 출산의 현장을 목도해야 하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다. 그래도 밥상머리에서 변호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생활법률 프로그램에 비하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닌걸! 흑흑!!

그날 밤. 고시생은 어머니께서 하얗게 빨아 널었다가 뽀송뽀송 말려주신 새 이불 속에서 설욕을 다짐한다. 이건 정말 섶을 지고 누워 쓸개를 씹는 심정이구나. 어머니께서 이 이불빨래를 하시느라 허리가 얼마나 아프셨을까? 내 등도 따끔따끔한 것 같네... 아빤 요즘 경제도 어렵다는데 맛있는 고기반찬 해주시려구 또 얼마나 열심히 일하셨을까? 흑흑~ 내 비록 오늘은 어리둥절했지만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똘똘한 고시생이 되리라! 참, 근데 난 지금 민법 모강 중인데 또 형법 문제를 내면 맞힐 도리가 없잖아!! 음... --; 다음 주에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아직 안 배운 부분이라고 해야겠다. ㅎㅎ;;

[기사제공 CNS시사법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