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에 달하는 토지의 등기권리증 등을 위조해 거액을 대출받으려던 토지사기단이 검찰수사관 출신 한 법무사의 제보로 모두 붙잡혔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동에 개업중인 김학민 법무사(49)로 김 법무사가 토지사기단의 의뢰를 받은 것은 지난 9월 중순경이었다.

김 법무사에 따르면 "70억원짜리 땅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5억원을 대출을 받고 싶은데 근저당을 설정해 달라"며 사기단의 일원인 o모씨가 주민등록증과 땅 등기권리증 등을 내놓았다.

검찰수사관 출신인 김 법무사는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던 중 등기권리증에 수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등기소 직인이 등기권리증엔 ‘동수원등기소 1994년’으로 되어있었고, 동수원등기소가 설립된 시기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 토지사기단의 실수였던 것.  이에 대해 김 법무사는 “알고 있기론 94년 당시면 화성등기소의 직인이 찍혔어야 했고, 동수원등기소가 개소된 것은 지난 2001년 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법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이 수원등기소 직인을 위조했다는 것으로 잘못 보도했다”며 “94년이면 화성등기소 직인이 맞다”고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김 법무사는 토지사기단임을 직감하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이들을 돌려보낸 후 검찰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수사3과 한모 수사관에게 전화로 긴급 제보해 22일 오후 이들이 다시 사무실을 찾는다는 사실을 제보했다.

22일 오후 땅주인 o씨를 사칭한 김모(42)씨 등 토지 사기단 일당 5∼6명은 김 법무사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가 사무실 입구에서 미리 잠복중이던 검찰 수사관들에게 모두 붙잡혔다.

이에 대해 김 법무사는 “수사관 제직당시 토지사기단이 점조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제보하게 되었다”며 “이들이 대출을 받았다면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됐을 것이고, 금융권과 실제 주인에게도 피해가 생겼을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김 법무사의 제보로 붙잡힌 김모씨와 정모씨 등 2명을 수원 영통의 토지 주인을 사칭해 시가 70억원 상당의 토지 1천400여평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26일 모두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