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갑은 A보험회사의 보험모집인인 병과 사이에 갑의 남편인 을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병은 갑에게 보험의 종류와 내용만을 설명하여 주었고, 병이 미리 준비해 간 보험청약서를 갑이 작성하면서 피보험자인 을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을의 자필서명란에는 병이 을의 이름을 서명하였습니다.  이후, A보험회사는 위 보험료를 계속 징수하여 오던 중 피보험자인 을이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갑은 A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A보험회사측은 상법상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A보험회사의 주장과 같이 을의 서면 동의 없는 생명보험계약은 무효인가요?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생명보험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보험계약을 체결 후 보험료를 징수 받은 A보험회사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요?  갑은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을 수 없는가요?

[답]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판례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계약 체결시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강행규정인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위배되어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 54847판결 참조).  또한, 판례는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보험료를 징수하고서도 보험사고 발생후 동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7084판결 참조).   문의하신 사안의 경우에도 타인인 을의 사망을 보험사고를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보험자인 을의 서면동의가 없이 보험모집인인 병이 임의로 을의 이름을 서명하였으므로, 갑과 A보험회사 사이의 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보험계약의 당사자로서 상당기간 보험료를 징수한 A보험회사가 스스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상법 제731조 제1항은 도박보험 및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타인의 사망을 사행계약상의 조건으로 삼는데서 오는 공서양속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취지로서 특별히 규정한 강행규정이라고 할 것이어서, 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A보험회사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사료됩니다.  다만,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여부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여 보험계약자로 하여
금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을 기회를 주어 유효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판결 참조).  문의하신 사안의 경우 A보험회사의 보험모집인 병은 갑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보험의 종류와 내용만을 설명하였을 뿐 피보험자인 을의 서면동의가 필요한 사실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오히려 보험청약서상 피보험자 자필서명란에 임의로 피보험자인 을의 이름을 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 보험모집인인 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자인 갑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A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손해의 범위는 보험금 상당액이라고 사료됩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판결 참조).  다만, 보험계약자인 갑 역시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 등에 관하여 미리 알아보고 피보험자인 을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일정부분 과실상계가 될 여지는 있습니다

<서울변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