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공개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수사ㆍ재판의 원활한 진행과 영장업무의 전문성 및 형평성 제고를 위해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제도는 1995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구속영장 심사시 피의자 심문 규정이 도입돼 기틀이 마련됐고 대법원이 인신구속 제도의 정비를 위해 송무예규를 제정, 1997년 1월1일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과거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 수사 및 재판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측면 이 지나치게 강조돼 구속이 남발되면서 '국가 권력이 수사와 재판의 편의를 위해 과도한 구속으로 힘 없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종래 인신구속 관행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객관적인 영장 발부 기준의 미확립, 법원별ㆍ판사별 편차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보완책에 대한 주문도 꾸준히 제기된 게 사실이다.

현행 영장실질심사제도의 가장 큰 한계와 부작용은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법원이 영장심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실무 경험 10년차 이상의 경력이 풍부한 법관을 영장전담 판사로 지정해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제도가 조기에 정착됐지만 법원ㆍ판사별 편차가 크다는 점은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자주 지적됐다.

이 때문에 직업ㆍ주거가 일정한 '가진 층' 피의자는 불구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고,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도 불구속 개연성이 커지는 등의 문제가 불거져 '유전불구속 무전구속'(有錢不拘束 無錢拘束)이라는 비판과 전관예우 논란도 제기됐다.

이런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속기준과 관련해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명확히 하고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는 대신 재판에서는 엄정한 형의 선고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구속은 재판을 위한 절차일 뿐 형벌이 아니므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불구속 재판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속을 범죄 피의자에 대한 응징 및 처벌로 생각하는 국민의 법 감정도 이제는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죄를 지은 의심이 들면 일단 구속해야 한다거나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 두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그릇된 정서가 바뀌어야 법원의 개선책에 힘이 실린다는 얘기다.

국민 모두 언제나 구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도 불구속 재판 확대 원칙의 조기 착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법원은 불구속 재판이 인권보호와 직결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국민적 동의를 모으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되기 위한 대전제는 불구속수사로 인해 재판에 지장이 초래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조속한 공판기일 지정과 재판 진행, 구속ㆍ재구속ㆍ보석 취소 등 각종 조치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불구속 수사와 엄정한 재판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