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천정배(千正培) 법무부장관이 최근 심상치 않은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천 장관은 최근 현직 법무부장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여성잡지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천 장관은 주부를 대상으로 한 여성잡지 신년호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린시절과 연애담, 결혼 등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사생활을 자세히 공개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최근 두 딸이 모두 고시에 합격한 것과 관련, "부부화목이 자녀교육의 비결"이라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천 장관은 또 부인인 서의숙씨와 함께 가진 인테리어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선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나르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평소의 '강성 이미지'를 중화시키기도 했다.

천 장관이 여성잡지들과 업무와 무관한 주제로 인터뷰를 갖고,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자신의 최대 약점이라고 진단돼 있는 대중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복지부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 문제로 정치권이 어수선한 와중에 조용히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천 장관의 최근 움직임을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천 장관은 입각하기 전부터 실용주의와 개혁노선을 절충한 '민생개혁정치'라는 독자적인 정치철학을 내세우는 등 사실상 차기 대권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태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천 장관이 '대통령도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인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한다면 향후 당내 대권경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의 한 측근은 "여성잡지들과의 인터뷰는 법무부가 부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천 장관은 사법개혁 완수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대권행보' 시각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