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는 14일 오전부터 대검찰청 청사에서 최종 리허설을 갖는 등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정 내정자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검찰 과거사 문제,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및 두산 총수일가 불구속 기소, 강릉 땅 매입 의혹 등 개인 신상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은 컨설팅 전문가까지 리허설장에 초빙해 정 내정자의 이미지 개선작업도 시도했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 전임 김종빈 총장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갈등으로 사퇴한 만큼 정 내정자에게도 수사지휘권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김 전 총장은 "법을 집행하는 검사가 법을 어길 수 없다"며 지휘권을 수용한 후 사퇴 의사를 밝혔었다.
국회의원들은 '법무장관이 특정 사건에 구속ㆍ불구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집중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답변에 따라 '정 내정자 기용은 코드인사다'라는 비난이 일 수 있거나 '검찰총장이 대가 약하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는 골치 아픈 사안인 만큼 정 내정자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중요인사ㆍ공안사범 불구속 기소 = 검찰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국제 체육계와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다고 밝혔던 만큼 여야의원들은 이에 대한 정 내정자의 입장을 집중 추궁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직책이 검찰 수사에서 중요변수로 등장한 만큼 향후 에버랜드 CB(전환사채) 사건의 피고발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 천정배 법무장관이 지휘권 발동을 불구속수사 원칙에 따른 소신 조치였음을 밝혔고 김 전임 총장이 이를 수용했던 만큼 향후 공안사범에 대한 불구속 수사원칙이 어떻게 적용될지도 지켜볼 만하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지난달 16일 김 전 총장의 사표수리 소식을 전하면서 "공안사건에 대해 무조건 구속수사를 해왔던 검찰 입장과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법무장관의 생각이 부딪힌 것이지만…검찰도 그런 시대정신을 존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었다.

결국 외압 여부를 떠나 '공안사범ㆍ중요인사=불구속 수사'라는 한계선을 검찰이 그은 만큼 향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는 이번 기회에 공안사범과 중요인사에 대한 구속ㆍ불구속 기준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수 있어 주목된다.

▲검찰 과거사 정리 = 천 법무장관이 대정부 질문에서 '검찰에 대해 과거사를 사과하고 다른 기관보다 과거사 정리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신임 검찰총장과의 보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권력의 시녀' 등을 일컬어지던 검찰이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자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이며 정 내정자는 '뼈를 깎는 개혁과 자기쇄신' 등 검찰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검찰이 과거사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내정자의 답변이 검찰개혁의 수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외에도 대검 감찰부가 감찰연구관(검사)을 늘리고 암행감찰반을 증편하는 등 자체 정화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최고사정기관 책임자로서 정 내정자의 의지를 묻는 질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독립성 = 정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사법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과 함께 '8인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8인회'는 연수원 같은 반의 비슷한 자리에 모여 앉았던 사람들끼리 토론과 식사 등을 함께 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친목모임.

'실세차장'으로 불리던 시절 청와대와의 교감여부, 즉 검찰 운영 등에 대해 노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는지에 질문이 집중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정 내정자가 대통령 측근 및 여권 정치인에 대한 엄격한 사정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지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현직에 남아있는 사시 17회 동기생들의 집단지도체제 형태의 조직운영 방안도 관심거리로 부각될 수 있다.

▲개인 신상 = 최근 불거진 강릉 땅 매입 의혹도 관심거리다.   1989년 7월 강릉에 거주하지 않았던 정 내정자의 부인 오모씨가 강릉의 농지를 산 것은 농지개혁법을 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 내정자측은 '농지매매증명원이 필요없는 땅으로 추정되며 부인이 부친의 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매입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편법취득 논란에 불을 지필 만한 근거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내정자가 결혼생활의 4분의 3이 넘는 21년 간 부인과 서로 다른 주소지를 쓴 것도 주목의 대상이다.
정 내정자는 '처가 쪽 집안내력과 관련해 집안어른의 권유가 있었다'는 점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주민등록법 위반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합>